하늘에 떠다니는 구름 밑에 한 마을이 있었고 그 마을엔 그 구름을 사랑한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하루하루 구름의 변화를 보는 것을 즐겼는데 급기야는 구름을 사랑하기까지 된 것이었다. 파아란 하늘에 뭉개구름이 뭉실뭉실 떠오를 때면 마음이 포근해짐을 느꼈으며, 구름 한 점 없는 날엔 언제 구름이 피어날까 기다리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구름에게 자신의 감정을 전하고 싶어졌다. 보고싶다든가... 아름답다든가... 사랑한다든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그날부터 하루 한통씩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다 쓴 편지를 풍선에 매달아 하늘에 날려보냈다. 구름이 그 편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루도 빠짐없이 풍선을 날렸지만 한번도 답장없는 구름을 원망한 적은 없었다. 진정으로 구름을 사랑했으니까.... 그는 스스로 행복했다. 풍선편지가 딱 십년째 되는 날, 그는 풍선편지에 이렇게 썼다. 단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대답해줄 수 없겠느냐고...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그날 밖에는 보슬비가 내리고 있었다. 내리는 빗속을 가르면서 풍선은 자유롭게 서서히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점점... 조금씩 작아졌고... 급기야는 풍선이 구름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저 보슬비만 내릴 뿐... 그는 실망했지만 구름을 원망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내리던 빗방울이 줄어듬을 느꼈다. 그러더니 점점 해가 나는 것이 아닌가! 시커먼 구름을 뚫고 한 줄기 밝은 햇살이 그의 마당을 비추기 시작했다. 주위를 둘러본 그는 다시 한번 놀랬다. 그의 집을 빼고는 아직도 장대비가 내리는 것이 아닌가! 믿기 힘든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오직 구름만이 해낼 수 있는 그런 기적! 그의 눈에서는 한 줄기 뜨거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는 행복함에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 날 이후로 그가 세상을 뜰 때까지 구름은 다시는 대답해주지 않았지만 구름에 대한 그의 사랑은 변함이 없었다. 그의 임종을 지킨 사람들의 말로는 그가 죽던 날 비가 왔는데 어찌나 서글프게 뿌연 비가 내리던지... 온 세상이 구름 천지가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고 한다. 진실한 사랑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은 그 비를 그의 죽음을 슬퍼한 구름의 눈물일거라고 말했다...
